호산나! 뮤직과 두 거장, 돈 모엔 & 론 케놀리

호산나! 뮤직과 두 거장, 돈 모엔 & 론 케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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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예배 시간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던 그 목소리들 — 시대를 초월한 감동은 어디서 왔을까요?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

  • 호산나! 뮤직이 현대 예배 음악에 끼친 영향
  • 돈 모엔의 삶과 음악, 그리고 대표곡의 뒷이야기
  • 론 케놀리의 드라마틱한 회심과 사역, 그리고 그의 별세
  • 두 사람의 음악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울리는 이유

현대 예배의 뿌리, 호산나! 뮤직

책상 서랍 어딘가에 카세트테이프 한 두 개쯤 남아있진 않나요? 표지엔 금색 글씨로 “Hosanna! Music”. 90년대 한국 교회의 예배실이라면 어디서든 들을 수 있었던 그 음악입니다.

호산나! 뮤직

인테그리티 뮤직(Integrity Music)의 레이블인 ‘호산나! 뮤직’은 당시로선 파격적이었던 라이브 워십 실황 앨범 시리즈를 통해, 성가대 중심의 예배 문화에서 회중이 함께 참여하는 현대적 경배와 찬양(P&W)의 기틀을 마련한 곳입니다. 정교한 세션 연주와 웅장한 코러스, 그리고 현장의 뜨거운 영성을 담아낸 이 앨범들은 단순한 음반이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교회 예배팀의 교과서이자, 예배 인도자들의 지침서였죠.

그 호산나! 뮤직을 대표하는 두 얼굴이 바로 돈 모엔론 케놀리입니다.

부드러운 임재의 통로, 돈 모엔 (Don Moen)

음악보다 먼저, 한 사람의 이야기

1950년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태어난 돈 모엔은 오럴 로버츠 대학교에서 음악을 공부한 후, 테리 로 미니스트리(Terry Law Ministries)의 선교 팀 ‘리빙 사운드’의 일원으로 동유럽과 소련 등지를 다니며 10년간 복음을 전했습니다. 화려한 무대보다 작은 교회와 낯선 땅을 누빈 이 시절이, 그의 음악에 배어있는 진실함의 뿌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1984년, 인테그리티 뮤직의 설립자 마이클 콜먼의 부름을 받아 합류하면서 돈 모엔의 커리어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이후 20여 년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거쳐 인테그리티 뮤직의 대표까지 역임하며 호산나! 뮤직 시리즈 11개 볼륨을 제작했습니다.

대표곡, 그 너머의 이야기

Give Thanks (거룩하신 하나님)

한국 교회에서 수십 년째 불리고 있는 이 곡, 사실 돈 모엔이 작곡한 것이 아닙니다. 헨리 스미스(Henry Smith)라는 무명의 작곡가가 1978년에 쓴 곡으로, 당시 그는 졸업 후 취업에 실패하고 시력을 잃어가는 이중고를 겪던 중이었습니다. 1986년 인테그리티가 이 곡을 발표했을 때 작곡가를 ‘미상(unknown)‘으로 표기했을 만큼, 곡이 입에서 입으로 퍼져 사람보다 먼저 세상에 알려진 찬양입니다. 바로 그 곡을 돈 모엔이 같은 해 라이브로 담아낸 앨범이 호산나! 뮤직의 역대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God Will Make a Way (나의 가는 길)

이 곡은 처형 부부가 아홉 살 난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었을 때, 그들에게 위로와 소망을 전하기 위해 쓴 곡입니다. 가장 개인적인 아픔에서 출발한 고백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난 중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찬양이 됐다는 사실이, 이 곡의 힘을 말해줍니다.

음악적 색채

서정적이고 피아노 선율이 중심이 되는 돈 모엔의 음악은 ‘화려함’보다 ‘친밀함’에 가깝습니다. 본인 스스로 자신을 “사람들이 하나님의 임재를 새롭고 신선한 방식으로 경험하도록 돕는 건축가"라고 표현할 만큼, 그의 음악은 예배자를 주목받게 하기보다 예배자를 하나님 앞으로 이끄는 데 집중합니다.

축제와 승리의 선포자, 론 케놀리 (Ron Kenoly, 1944–2026)

세상에서 강단으로

1944년 캔자스 주 코피빌에서 태어난 론 케놀리는 공군 복무 후 로스앤젤레스에서 R&B 가수로 활동하며 MCA, A&M 같은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을 맺을 만큼 성공한 세속 음악인이었습니다. 1975년 개인적인 위기를 계기로 신앙을 회복한 그는 이후 전혀 다른 삶의 방향을 잡게 됩니다.

1985년 캘리포니아 산호세의 주빌리 크리스천 센터에서 음악 목사로 사역을 시작하면서 그는 세속 음악에서 갈고닦은 에너지와 전문성을 예배에 그대로 쏟아붓기 시작했습니다. 그 소문을 들은 돈 모엔이 직접 교회로 찾아왔고, 그것이 호산나! 뮤직과의 인연이 됩니다.

대표곡

Lift Him Up (1992)

1992년 발매된 이 앨범은 당시 가장 빠르게 팔린 예배 앨범이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빌보드 컨템포러리 크리스천 차트에 70주간 머물렀으며, 가스펠 음악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인종과 교단의 회중을 하나로 묶는 음악이 됐습니다.

God Is So Good / Sing Out

여러 언어로 “하나님은 좋으신 분"을 고백하는 곡. 도입부 리듬만 들어도 어깨가 들썩이는 그 곡입니다. “Sing Out” 역시 왕 되신 주님 앞으로 회중 전체를 이끄는, 론 케놀리 특유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담긴 찬양입니다.

음악적 색채와 유산

론 케놀리는 고에너지 찬양과 오케스트라를 예배에 결합시킨 선구자였을 뿐 아니라, 흑인 워십 리더로서의 음악이 특정 장르나 인종적 경계 없이 전 교회적으로 수용된 최초의 사례 중 하나였습니다. 그의 사역은 100개국 이상으로 뻗어나갔고, 특히 아프리카와 남미에서는 ‘살아있는 전설’로 불렸습니다.

두 사람, 두 색깔

돈 모엔 론 케놀리
음악적 색채 서정적, 피아노 중심, 친밀한 임재 역동적, 브라스·오케스트라, 승리의 선포
예배 스타일 조용하고 깊은 묵상으로 인도 회중 전체를 기쁨의 잔치로 초대
대표곡 Give Thanks, God Will Make a Way Lift Him Up, God Is So Good
공통점 호산나! 뮤직, 회중 중심 예배, 전 세계 사역

마치며: 오래된 미래

2020년대의 워십 씬을 이끄는 레클리스 러브, 매버릭 시티, 힐송의 음악도 분명 그 나름의 언어로 하나님을 노래합니다. 그러나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돈 모엔과 론 케놀리가 있고 호산나! 뮤직이 있습니다. 론 케놀리 없이는 브랜든 레이크도, 매버릭 시티도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닙니다.

플레이리스트에 오래된 찬양 하나 추가해보는 건 어떨까요. 오래됐다는 이유로 빛바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월이 지날수록 더 선명해지는 찬양들이 있습니다.